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열심히 읽는 중 양지



대충 유명하고 추천 많은 것들을 골라 연달아 읽어보았다.
반골 기질이 강한 본인은 유명하기 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것이 아니고서야 엄청난 유행을 한 것에는 아주 살짝 꼬아 보는 편이라서 히가시노 게이고 오래된 열풍에도 끄덕하지 않았었다 솔직히 일본추리소설에 잠식당하는 우리나라 소설계가 안타까웠던 것도 있고. 근데 우연히 읽게 된 악의라는 책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파게 됐다. 결론적으로 유명한 것에는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유명세를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이유 몇개쯤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유명할 만했던 것. 

어렸을 때 부터 애거사 크리스티를 너무 좋아해서 그녀의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게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적 없다고 해도 나는 그냥 애거사 크리스티가 떠올랐다. 그게 문체라던가 작풍이라던가 스킬이라던가 그런 걸로 꼭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어린시절 책에 코를 박게 했던 것이 애거사 크리스티였다면 이 나이 먹어 이제 책하곤 거의 담 쌓아가는 지경에 이르른 내가 책에 코를 박게 한게 히가시노 게이고였기 때문이다.  진짜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밤을 새봤네. 물론 애거사 크리스티는 전무후무한 추리작가이며 객관적으론 히가시노에게 비할 바 안되는 정통 추리소설가로, 지그보다도 더 기막힌 트릭과 고밀도의 심리묘사를 보여줬던 최고의 작가다. 내겐 그 어떤 작가가 새로 나온다고 해도 부동의 1위자리에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책의 편차가 있다고들 하고,(지금 나는 인지도 있는 것만 읽고 있기 때문에 그런게 많이 안느껴지지만)  취향에 따라 많이 호불호가 갈리는 게 많은 것 같다. 허술한 점도 보이고 억지고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또 묘하게 심리 묘사를 잘한 느낌이 드는것도 있고 단점이 보이긴 하는데 장점이 그걸 많이 덮어주는 느낌이랄까.. 그건 그가 엄청난 다작을 하는 작가이며, 여러 분야에 대해 글을 쓰며 대중적인 문체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흐름과는 안 맞는 이야기인데, 단편들을 모아놓은 히가시노게이고 미스테리즈가 있다고 해서 몇 개 다운 받아봤는데 8편 '작은 고의 이야기'에서의 심리묘사는 대단했다.  여자 남자 남자 세명의 친구 간에 느껴지는 묘한 사랑과 질투 우정이 너무 잘 이해되고 그 미묘한 심리가 죽음을 낳게 되는 과정이 너무도 잘 표현되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잘난 척 하지 않고 옳게 풀어가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대중문학의 순기능을 너무 잘 이행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칭찬해주고 싶다. 책의 장점을 열거해보자면 일단 쉽고 명료하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문학적 가치가 있어뵈는 문장력도 없고 화려한 문장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가성비는 최고라고 할 만한 문장을 구사한다.  구성력도 좋아서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래서 한번 손에 들면 쉽게 안 놓게 되므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된다. 금방 요리한 음식이 맛있듯이 쉬지 않고 읽어내리게 만드는 힘으로 금방 요리한 음식을 먹듯이 책을 가장 맛나게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서 흥미유발 요소도 꽤 많고 성별 연령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도 좋은 장점이다. 작품성을 따질 수 있냐는 건 의문이지만 대중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는 건 대중에게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실 정통추리소설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없어보이고 그런 쪽으로 엄격한 독자에게 이 작가는 추리소설가라기 보다는 추리 요소를 가미한 그냥 소설가겠지. 작품을 대충 읽어보면 추리기법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거지 추리소설이 아닌 것 같은 작품이 많긴 함.




이후 책 내용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혹시 지나가다가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은 주의 하기 바람.


베스트 3 (별 다섯개)

나오키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 너무 너무 유명한 백야행, 역시 너무 유명한 비밀은 제외
이 세 작품은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접했고, 책 내용도 대충 다 알기 때문에.
분명 책부터 읽었다면 베스트 3안에 들어갔겠지만 일단 세 작품은 자타공인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라고 치고.
내가 읽은 것 중에서 베스트 3을 꼽으라고 하면 요렇다


악의
나를 히가시노 게이고 편견에서 건져 준 작품. 이 소설을 읽기 전의 내 안의 히가시노는 작품성도 없이 작품수로만 쉽게 쉽게 글 쓰는 작가였는데  읽고 난 뒤에는 제대로 된 주제를 가지고 독자에게 자신의 음성을 쉽고 간결하게 전하는 괜찮은 작가로 바뀌었다. 메시지가 너무 좋았던 작품.  추리 소설로서도 사회소설로서도 심리소설로서도 좋았음. 계몽소설도 되려나..?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악의, 혹은 살의가 아니라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악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었다. 왕따의 시작은  왠지 마음에 안들어.. 부터라고 나도 생각해왔었는데 이렇게 소설로 잘 표현해주다니.. 역시 작가님!


호숫가 살인사건
내가 읽은 히가시노 작품 중 가장 추리소설 같았던 작품이랄까 분위기도 그렇고.. 마지막의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다. 죽은 사람만 안타깝게 되긴 했는데 이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와는 조금 다르게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 정도는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좋았다. 또 입시에만 목매는 일본 사회 이야기가 우리 나라의 성적 지상주의와 닮아있어서 더 좋았다. 그런 사회비판과 가정의 소중함 같은 것까지 함께 표현하고 있어서 더욱 성공적인 작품. 


마구
가슴 아프게 봤지만 내용 자체는 섬뜩한 일상의 살인사건. 아주 오래전에  *종* 이라는 투수가 있었다.  대단한 투수였는데 어느 순간 안보여서 부상인가 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에선 개념조차 없었던 투구수 제한을 안했기에 어깨가 빨리 망가져서라고 하더라.  60년대가 배경이라 상황이 더 잘 이해되었다.  살해동기가 한 개인의 성격과 상황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됐다. 그 캐릭터의 성격을 제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정말 수작



그외 추천작(별 네개 반에서 네개 쯤?)


붉은 손가락
-메시지가 참 좋았던 작품, 어찌보면 악의나 방황하는 칼날과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시작하는데 막판에는 마구와 비슷한 감동으로 마무리. 조금 억지가 있긴 한데 그걸 잘 풀기 위해서 이것저것 장치를 한 듯. 가가형사의 개인사도 거기에 엮여 있었고.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감동소설 느낌임


성녀의 구제
-역발상 트릭이 좋았긴 했지만 사건 전개나 심리묘사가 조금 어긋난 듯. 히가시노는 여자의 심리나 연애 심리를 꽤 잘 그린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성녀의 심리묘사에 조금 모자랐지 않나 싶음. 드라마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한 내용을 보면 각색을 조금 다르게 했던데 여 주인공의 입을 통해 그 심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니 그게 좋았었다. 어쨌건 이 작품은 계속 흥미진진했었다


유성의인연
-우연히 본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본 느낌.  소설이 아니라 한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두 권이라는 책 볼륨 때문에 에잇.. 하고 그냥 대충 읽고 있었는데 몰입감 장난 아니었다 게다가 유키나리가 너무 상벤츠. 코이치가 형제사기단 만들어서 활동할때 실망했었지만 마지막 한판만 하고 그만두자고 동생들한테 말할때 그럼 그렇지 했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돈 갚아주는 거 보고 그래, 이래야지! 하고 고개 끄덕끄덕. 근데 그건 유키나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초반 어린 코이치를 보고 이 놈이 상벤츠되겠구나 했었는데 기대에 못 미치고 유키나리가 기대를 웃돌았다. 마지막에 반지 선물할때는 물개 박수 침. 기승전유키나리.  


교통경찰의 밤(단편집)
-재밌었다. 무심코 저지르는 경범죄가 큰 일이 되어가는 그런 것. 일상의 범죄라 섬뜩하기가 더 했다. 마지막의 거울속으로 편에서는 마구에서도 나온 회사 도자이가 나와서 은근 반가웠다. 전부 재밌는 단편들만 있어서 추천


게임의 이름은 유괴
-이건 내용 자체나 몰입감은 별 네개 이상 주고 싶었는데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그냥 정말 게임같은 마무리여서 평가가 인색하게 됐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내가 좋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정의랄 것 까지는 없지만 언제나 옳은 쪽으로 방향성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이 작품은 여태 읽은 소설 중에서 그런 양심의 고민이라던가 옳음의 추구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던 작품이라 평가가 깎인다.


숙명
-피해자 코스프레 안하고 내용 전개를 잘 해줘서 좋았으며 이 작품은 엔딩이 다한 작품 엔딩의 아키히코의 미소에 은은한 심쿵을 겪었다. 작품의 진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유사쿠지만 전개되면 될수록 아키히코에게 마음이 간다. 마지막에는 그 부인의 선택에 수긍이 간다. 단숨에 읽을만큼 흥미도를 자극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짜임새가 매우 좋았던 작품이다.


재밌게 본 거

변신-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가 없어서 평가가 애매한데 성격이 변해가는 주인공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고. 뇌는 역시 소중한 것이었따.. 그리고 동물한테 함부로 할 수 있으면 사람한테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개 죽일때 난 살인도 일어날거라 예상했다..ㄷㄷㄷㄷ 

11문자 살인사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어색했다 조금만 더 좋았다면 별 네개 줄 수 있는 작품인데 싶어서 아쉬웠음..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는 좋았는데 잘 전달되지 않았고, 캐릭터를 못 살렸달까.. 감정이입이 안됐달까. 여성화자를 내세운 히가시노가 그걸 잘 못 표현한건가.

편지- 변신처럼 추리소설의 범주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책이다 휴먼 드라마류 라고 할까. 그래서 추천작이지만 좀 평가가 낮아졌다. 편지가 감동과 용서의 매개체가 아니라 속죄, 단죄의 화두인게 참 마음에 든다. 가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지만 결코 그 편에서 내용이 전개 되지 않고 범죄에 대한 응징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한 작품 메시지가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패러독스 13- 발상이 좋았다. 시나리오 같아서 재밌었음 마지막 그들의 운명은 햐... 불쌍한 세이야. 휴우키는 자신이 세이야 때문에 자라면서 열등감 느끼고 피해 입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 오히려 반대 아닌가. 그치만 세이야의 그 이브논리는 나도 아스카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가상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운명을 갈음하는 하나의 시험무대였던 것 같다. 이런식으로 그 13초를 바로잡으려고 했던 우주의 섭리. 뭐 설정 자체가 맘에 안들면 이 작품은 별로겠지만 설정이 마음에 들면 이 작품은 괜찮은 작품이 된다.



그외 본 soso 한 것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레몬
잠자는 숲
갈릴레오 시리즈 단편 몇개
브루투스의 심장
거짓말 딱 한개만
회랑정살인사건
다잉아이
매스커레이드 호텔



영화 or 드라마로 본 것
비밀,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앞으로 볼 계획인 것

내가 그를 죽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